상황화에 따른 이민자의 성경해석1
흔히 1960년대 이후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2009년 유엔 본부 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UNDP) 인구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국가가 아닌 타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이 벌써 2억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3%를 차지한다고 한다.[1] 전 세계 이민자의 숫자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여 왔으며 이러한 이주의 물결은 금세기에 시작한 세계화 물결과 함께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세계 인구의 34명 중 한 명 꼴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의 증가 현상은 지난 40년 동안 150% 증가한 것이며, 1975-2005년 기간동안에는 지난 30년보다 그 수가 배나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2]
‘이민’의 개념[3]은 근자에 소개된 새로운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민 현상은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 세계화의 역동성에 맞물려 세계적인 현상으로 부상되고 있다.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에 살게 된 계기도 다양하고 그들을 구분하는 양태도 또한 다르다. 우선 단순 이주자로부터, 거류민, 이민자, 난민, 해외 거주자 등으로 불리고 있다.[4]
그 중에서 한인 이민자의 경우 해외 이민이 시작된 1902년 이래 110년이 지난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726만 8천명의 한인이 전 세계 176개국에 살고 있다. 전 세계 평균 해외 이민 3%에 비해 3배가량 높은 비율로서 인구 대비로는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4번째로 해외 이주자가 많다.[5]
이러한 이주민들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에 그들의 역사는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 가운데는 강제로 이민을 간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낯설고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자발적 이민을 떠났다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왜냐하면 이민자들이 처한 사회적 특징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사회였기 때문이다. 한국일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는 바야흐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자신의 존재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전통을 이주한 지역에서 버릴 수 없다. 그 사회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주민들은 그 곳에 자신들의 종교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때로는 이주민을 수용하는 사회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주해 온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전통에 그대로 속해 있음으로 인하여 사회 분열의 우려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주한다고 해서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종교와 문화 전통을 바꿀 수 없으며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결과가 있기도 하다.[6]
이처럼 이민자들은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서로 협력하기 위한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하였는데, 미주지역 한인들의 경우, 한인회나 교회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여왔다. 특히, 교회의 경우, 1903년 하와이에 첫 한인교회가 설립된 이후 110년이 지난 2013년 1월 1일 현재 북미주의 한인교회는 4233개로 집계되었다. 이 중 미국에는 4233개의 한인교회가, 캐나다에는 420개의 한인교회가 있어 이를 합한 북미주 한인교회는 4653개가 된다. 지난 10년간 705개가 늘어나 2005년 기준으로 4233개의 한인교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주요 80개국 해외교회는 총 5746개로 나타나고 있다.[7] 한편 지역 교회의 숫자는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교인의 숫자는 답보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교회 당 교인의 숫자는 점점 줄어 50명 미만의 교회가 50%에 육박하여 이민교회의 상황이 더욱 열악해 졌음을 통계자료는 보여준다.[8]
이렇게 교회들의 상황이 어려워 진것은 첫째, 한인 이민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이민을 위한 환상으로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교회내의 갈등과 교회의 분열이 빈번하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크리스천 투데이의 설문에 의하면[9] 이민 교회의 사역의 어려움으로 목회자의 자질과 목회자와 교인간의 갈등이 1,2 순위로 꼽히고 있는데 이러한 교회 내의 갈등과 분열은 그 원인 가운데는 무엇보다도 목회자들이 다문화 속에 살고 있는 이민자 성도들의 삶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 성도들간의 갈등도 교회 분열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민교회의 행태는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셋째, 21세기의 철학의 큰 화두 가운데 하나인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일종의 해체주의로[10] 이제까지의 모든 전통적인 것들과 권위주의적인 것들에 대해 거부감을 들어냈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늘날의 모든 권위적인 것을 광범위하게 재해석을 요구하게 되어 다시금 교회의 권위나 성경의 권위 또한 함께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이런 결과는 현대인에게 더 이상 성경이 준수해야 할 하나님 말씀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도록 하였다. 특히, 낯선 환경이라는 심적인 부담감과 더불어 경제적 압박감, 문화차이 등 정신질환을 앓게 될 많은 요소를 안고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성경은 더 이상 그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책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민교회의 성도들은 교차 문화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성경에서 답을 찾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정신적, 육체적 질병과 가정폭력 등과 같은 이민 부적응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등지에서 잇달아 발생된 한인가정 폭력사건의 원인이 우울증, 의처증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경우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민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한인사회의 적절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11]
이러한 어려움에도 미주지역의 한인교회는 단순한 이민자들의 교회가 아니라, 한국의 세계 선교의 첨병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큰 가치를 지닌다.[12] 성장한 이민 교회들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가 선교지 임을 자각하고 선교하는 일에 힘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13]
한 설문에 의하면, 이민 교회의 성장의 배경에는 ‘이민 생활의 외로움’(23.3%)과 ‘이민사회의 중추적 역할 감당’(18.8%)이 1, 2위를 차지하는 바, 이민 교회는 이민자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이민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끼쳐 이민자들의 결속을 통해 교회가 성장되어 왔음을 나타낸다.[14]
이는 한인 이민자들의 삶이 짧지 않은 이민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한인 이민자들은 이민자들의 나라에서 문화적, 인종적, 언어적으로 동화되지 못한 채, 여전히 주류 사회에서 외인(foreigner)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이민 부적응, 자녀세대와 갈등 등 많은 문제들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민 교회의 성격도 신앙을 우선적으로 하는 신앙 중심주의의 역할에서 넘어서 이민자의 삶에 대한 배려와 이민 사회에 대한 섬김이 강조 될 수밖에 없는 목회 환경으로 상황화 되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1] 김종필, 세계 속의 21세기 한민족 선교 그리고 디아스포라, http://www.sjhla.org/index.php?mid=sjhcolumn&search_target=tag&page=5&sort_index =regdate&document_srl=694, 2011.06.15.
[2] 한국일, 이주민 선교를 위한 문화와 종교 이해, 선교와 신학 제27집, 186.
[3] 최근 신학과 선교학에서 주요 개념으로 등장한 이 새로운 사회학적 개념(이민, 디아스포라)들에 대해서 신학 계의 보편적으로 합의된 자료가 부족하다(이민 문제를 여전히 사회, 정치적인 이슈로 파악하고 있다). 김성훈, '디아스포라' 현상에 대한 신학적 논의, s.kwma.kr/kwma/2-4.pdf, 2016.10.13.
[4] 김종필, 세계 속의 21세기 한민족 선교 그리고 디아스포라,
http://www.sjhla.org/index.php?mid=sjhcolumn&search_target=tag&page=5&sort_index=regdate&document_srl=694, 2018.10.15.
[5] 오충근, 한국인 18%, 이민 심각하게 고려, CM드림,
http://www.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3&code2=20&idx=11290, 2013.11.08.
[6] 한국일, 이주민 선교를 위한 문화와 종교 이해, 186.
[7] 서인실, 한인교회의 현황, 크리스천투데이, 2013.01.01일자
[8] 크리스천 투데이, 2005.05.14일자.
[9] 미주한국일보, 2012.6.27일자
[10] 목창균,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 신학, 교수논총 제9집,
http://sgti.kehc.org/data/person/mok/modern-theology/1.htm, 1988. 2016.11.15
[11] 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이민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이는 우울, 물질남용 등 여러 정신건강문제를 유발하게 된다고 하였다. 배정이, 해외 이민 한국인의 정신건강관리를 위한 웹 기반 지능형 전문가시스템 개발 및 적용, 대한간호학회지 제43권 제2호, 2013년, http://dx.doi.org/10.4040/jkan.2013.43.2.203, 2016.11.15.
[12] 전재옥, 기독교와 이슬람, 서울: 이화여대출판부 2003, 292-293.
[13] 1990년 이후, 미주 지역에 새롭게 개척되는 교회의 이름들이 ‘선교’하는 명칭이 유독 많이 들어갔다.
[14] 크리스천 투데이, 2005.5.14일자.